2021. 12. 12. 15:10ㆍ잡담
비승비속 : 승려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다.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을 일컫는 사자성어이다.
최근 회사에서 개발 업무가 아닌 관리 위주의 업무를 맡게 되었다.
역할은 개발팀장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팀 자체의 팀장 역할을 도맡아 했다.
얼마 전에 읽은 좋은 글인데, 공감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솔직히 팀장 자체의 역할도 나쁘지 않게 해냈다고 생각한다.
리더십이나 구성원의 신뢰를 얻는 부분, 구성원에 대한 피드백 등에서 크게 낙제점을 받을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왜 즐겁지 않았을까?
어제는 class101 컨퍼런스에서 두 번째 세션에 나와주신 조연님(배민 베트남 CTO)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자기소개 초반에 개발 실무를 놓은지 1년이 되었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너무 궁금해서 여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개발자로써 개발 실무를 하지 않았을 때 불안감이나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는지.
만약 느낀다면 어떻게 극복하는지.
Q&A 시간에는 라이브 세션중에서도 수 많은 질문중에 하나만 답변을 해주는 방식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내 질문을 채택하여 답변을 해주셨다.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면, 개발은 목표를 위해 도달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 목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늘어난다는 관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그런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다만, 개발적으로 뭔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성취감이나 즐거움이 있는데 그 부분은 느끼지 못해서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을 토이프로젝트나 개발팀을 위해 간단한 뭔가를 만드는 부분으로 해소를 하고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답변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덕분에 최근 내가 어떤 부분에서 불안감을 느끼는지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확실히 정의할 수 있었다.
내가 개발을 통해 내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작은 성취와 기쁨들을 너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개발자가 단순히 개발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속한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내가 그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 나는 너무 속상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아나가는 과정은 행복을 위한 토대라고 생각한다.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더 도전하고 부딪히고 쓴맛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