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년 회고록

1년 회고록 (20.09 ~ 21.09)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만 1년이 되었다.

비전공자로 공부 후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며 느낀 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작년 7월

나는 사설 학원에서 약 9개월의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중간에 뛰쳐나와 본격적인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하던 작업이 jQuery를 사용한 웹 프론트엔드 작업이었는데, 꽤나 재미가 있어서 웹 프론트엔드로 취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요가 많은 것도 한 몫을 했다.)

학원에서 한 프로젝트들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기술 면접을 준비했다.

기술 면접은 주로 js es6위주로 준비를 했는데, 실제 면접에서는 react관련 질문과 css질문, csr vs ssr routing 방식의 차이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포트폴리오에 올라간 작업물은 팀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여도 100%의 내 작품 이었기 때문에 작품의 퀄리티와 무관하게 뭔가 질문이 들어왔을 때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그 당시 나는 한창 흥미를 붙이고 있었던 React 로 취업을 하려고 마음을 정했음에도 포트폴리오는 JAVA, ANDROID, PHP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React로 포트폴리오 페이지를 만들면 그게 또 React 프로젝트니까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react + django로 한 달 만에 만든 포트폴리오 웹 페이지를 바탕으로 구직을 시작했다.


구직 성공

지원서를 많이 냈지만, 포트폴리오에 기재된 기술 스택이 중구난방인데다, 연봉도 세게 부른 편이라서 연락이 여기저기서 많이 오지는 않았다.

애초에 신입 지원 공고가 적어 1~3년차 공고에도 모조리 지원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불러주시는 회사들이 있어서 면접들을 보게 되었고, '이 자식 뭐지?' 싶은 자신감을 앞세워서 2군데의 스타트업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다.

그 중, 일이 빡세다는 이야기가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신입이 몸이 편하면 그 직장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좀 고되더라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입사 당시에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대표님과의 딜을 통해 연봉도 비전공 신입 기준으로는 준수한 금액을 받고 취직을 하게 된다.

일을 시작한 첫 달

내가 써본 React는 이런게 아니었는데 회사 코드를 보니 눈이 팽팽 돌아갔다.

CTO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React에 대해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취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redux? saga? 이게 다 뭔지 모르겠고... 상태관리는 그냥 this.state로만 하는거 아니었어?

HOC 패턴은 뭐고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그 와중에 css는 또 더럽게 어려웠다.

대체 왜 opacity를 주는데 z-index에 영향을 주는건지 그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출근시간에 공부, 퇴근 시간에 공부.

최대한 실무에 필요한 수준과 내 수준의 갭을 좁히려고 시간을 쪼개고 짜내 안간힘을 썼다.

모르는건 문제가 아니고 다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 번 봐서 이해가 안 되면 탭을 닫지 않고 생각이 날 때마다 계속 봤다.

아무리 이해가 안 되는 개념도 그렇게 계속 보다보면 어느 순간 이해가 되더라.

입사한 첫 달에 바로 자체 서비스 리뉴얼 일정이 있었는데, 공부도 하랴 일도 하랴 한 달 내내 야자하는 고3 학생처럼 11시에 퇴근을 했다.

결국 성공적으로 오픈을 하고, 서비스가 성과를 내면서 처음으로 금전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코드를 생산했다는 생각에 굉장히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때 이를 악물고 공부하며 일해서 일정 내에 프로젝트를 마무리를 한 경험이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다.

이 일을 계기로 회사 내에서 많은 분들이 나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수습이 끝나고...

정신없이 공부하고 일을 하다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수습기간이 지나고 이제 다른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자체 서비스 및 대기업의 SI프로젝트 외주를 맡아서 하고 있는데, SI 프로젝트 하나의 B2C 프론트엔드를 맡아서 하게 되었다.

막 수습이 끝난 나는 CTO님의 조언 및 코칭을 받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SEO측면의 요구사항 때분에 해당 프로젝트에 SSR방식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Next.js를 사용하게 되었다.

SSR vs CSR 등의 개념에 대해 공부하고 통신쪽, 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Next.js라는 훌륭한 프레임워크에 대해 많은 감탄을 한 시기이다.

프로젝트 런칭까지

Next.js가 회사에서 처음 사용해보는 기술이라 SSR 에서 유발되는 여러 이슈가 많았다.

초반엔 시간이 좀 있어 혼자 부딪혀가며 이것저것 핸들링 해 볼 수 있었고, 전반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된 시기이다.

SPA 관점에서의 최적화도 관심이 생겨서 연말에 1주일을 투자하여 자체 서비스 웹페이지의 비약적인 속도 향상(3배)을 이뤄내기도 했다.
(사실 이전이 너무 느렸던 것이지만...)

나름 여유있게 배워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막바지에 기획이 바뀌고 api도 늦게/이상하게 나오고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오픈 직전에 미친듯이 바빴는데, 3주간 정말 미친듯이 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경험은 그때 처음 해 본 것 같은데, 타이핑만 하는데도 시간이 빠듯하다고 생각한건 처음이었다.

정말 힘들었지만 동시에 재미있는 경험 이었다.

프로젝트 런칭 이후

프로젝트 런칭이 성공적으로 되고, 오픈 이후의 성과도 좋아서 2차 개발건 및 고도화를 처리하며 나름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무겁지 않은 업무가 할당되어 한결 여유가 생겼고, 타 프로젝트에서 프론트엔드 추가 채용이 이뤄지면서 새로 오신 분들의 멘토 역할을 주로 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프론트엔드 신입 개발자로 처음 들어와서 겪었던 컨벤션, 가이드 문서화에 대한 부족함이 항상 아쉬웠다.

신입분들 채용이 이뤄지면서 그분들은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해드리고 싶었고, 그런 마음에 옆에서 많이 서포트 했던 것 같다.

PR을 통한 코드 리뷰 도입 및 에셋 관리 툴 등의 개발도 이때 하게 되었다.

근황

나름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덕분인지, 회사에서 나의 긍정적인 부분들을 많이 봐준 것 같다.

특히 프로젝트나 작성한 코드에 대해 높은 책임감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한 작업물, 산출물에 대해 책임지는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생기지 않게 만드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아직도 실수가 많고, 노력과 고민을 많이 해야하는 주니어 개발자니까.

아무튼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맡게 되면서 승진과 함께 연봉 협상도 무난히 마무리 되었다.

되돌아보며

지난 1년은 참 치열하게 보냈다.

미처 다 적지는 못했지만, 블로깅, 알고리즘 스터디, 독서토론 모임, 사이드 프로젝트 등 주말에도 항상 바빴다.

하지만 바쁘게 행복했던 것 같다.

물론 놀기도 잘 놀았다.

연애도 열심히 했고, 꿈이었던 콘솔 게임기를 사서 게임도 해봤다.
(코딩이 더 재미있어서 먼지만 쌓이고 있지만...)

나는 근거없는 자신감 하나 가지고 당돌하게 부딪히면서, 깨지면서 빠르게 배우는 체질인 것 같다.

더 할 말은 없고, 내년에도 열심히 부딪히고 깨지면서 쑥쑥 빠르게 배우는 개발자가 되어보려고 한다.

2021.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