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의 간극

2025. 10. 12. 17:01잡담

올해에는 유독 참 많은 사람들과 이런 저런 계기를 통해 대화를 많이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어느샌가 대화하면서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있어 글로 남겨둔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타인과의 '기준'을 가늠할 수 있게 되는데, 보통은 그 기준의 차이에서 흥미를 느끼기도 하고 거리를 느끼기도 한다. (여기서의 기준은 특정 이슈나 주제에 대한 개인의 '당연함의 선'이나 '중요도의 우선순위'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했다)

 

개인의 기준이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경험의 밀도에서 나온다. 교통사고를 당해본 사람은 안전벨트를 당연하게 매고, 사기를 당해본 사람은 계약서를 꼼꼼히 읽는다.

 

계급의 위치에서 나온다. 알바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이 '최저임금 인상'을 다르게 본다. 집을 사본 사람과 전세만 살아본 사람이 '부동산 정책'을 다르게 본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사람과 실업급여를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의 입장은 다르다.

 

정보의 출처에서 나온다.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사람과 신문으로 보는 사람의 '심각함'이 다르다. 의사 친구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의료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다르다.

 

소속감의 방향에서 나온다. 자녀가 있는 사람은 교육 정책에, 부모를 모시는 사람은 복지 정책에 더 민감하다. 내가 보호해야 할 사람이 기준의 우선순위를 만든다.

 

대화에서 서로의 기준에 대한 간극이 매우 크게 느껴지는 순간, 기준의 근원이 되는 요인들이 다시 한 번 상기되며 어색한 순간이 찾아온다.

 

나는 내 기준을 설명할 때 "당연하다"는 말 대신 "나에게는"이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붙이곤 한다. "당연히 그런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그런 것",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야"가 아니라 "내 경험으로는" 혹은 "내 입장에서는 그래".

 

다소 자신감이 없어보이려나 싶은 생각도 들고... 작은 전치사 하나가 이 간극을 줄여줄지는 모르겠다.